[CoC 시나리오] 오즈와 앨리스: Hwazy's (2025)

오즈와 앨리스

네가 있기에,

나는 더 이상 환상이 필요 없게 됐어.

시나리오 정보

• 1:1 타이만 시나리오. 다인 개변 가능합니다.

• 플레이 시간 : 3~5시간

• 힐링 시날로 썼지만, 힐링이 아니게 됐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지만, 돌이킬 수 없는 엔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구제용으로 사용하셔도 무방한 시나리오 입니다.

• 추천 기능 없음.

• 플레이 난이도는 하. 키퍼링의 경우, 첫 시날이라 미숙한점이 많아 여러 개변을 거치셔야 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개요

사람만한 마시멜로, 과자로 만든 집, 하늘을 나는 양탄자, 말하는 토끼, 그리고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마녀. 거짓으로 둘러쌓인그곳에서 당신은 잃어버린 KPC를 만났습니다.

" 나는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거야. "

그래요.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거짓속에서도 살 수 있어요.

시나리오 주의사항

(자컾 헌정 시날로 만든 시나리오입니다. 덕분에) 상호 소중한 관계를 상정하여 작성 된 시날입니다. 맞혐관의 경우 진행이 매우 어려울 수 있으며, PC가 KPC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을정도로 사랑한다면, KPC가 PC를 증오해도 개변을 통해 진행이 가능합니다.

• 첫 시날이라 미숙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엔딩과 진상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개변이 가능합니다. 플레이 후 제게도 자랑해주세요. :D

• 시날에 관한 피드백은 언제나 DM으로 받고 있습니다. 타당하지 않은 악의적인 비방이 지속될 경우, 시날은 비공개로 전환 됩니다.

• 엔딩명을 언급하는 것도 스포일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END 1, 2… 의 순서로 언급해주세요

노룰북 키퍼링, 쿠션 없는 스포일러, 공개적 장소에서의 플레이, 악의적인 비방, 개변한 시나리오의 2차 배포를 금합니다.

※ 밑 글에 시나리오의 잔상이 있습니다. 키퍼링 예정이 없으신 분은 열람에 주의 해주시길 바랍니다!

시나리오 진상

KPC는 발을 들여선 안 되는 곳에 발을 들였습니다. 죽음을 맞이해서든, 스스로가 뛰어들어서든, 어떠한 이유로 신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신의 눈총을 받게 된 인간이 망가지게 되는 과정은 매우 끔찍했습니다. 정신은 점차 좀먹여지고, 그 정신을 겨우 담아두던 껍데기는 이미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 KPC가 안타까웠던 노덴스는 그의 정신을 치료해주기 위해 그가 바라던 환상 속 세상을 만들어줍니다. 피폐했던 정신은 점차 회복되지만, 트라우마와 육체는 어떻게 해도 되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기회는 무수히 많이 존재합니다. 노덴스는 KPC의 환상속에 PC를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그를 앨리스에게로 안내합니다.

KPC는 스스로가 환상 속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가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모든 환상속에서 KPC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PC도 부여받은 역할의 행동을 다 할 때 까지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원래 그 역할은 PC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등장으로 조금씩 환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KPC는 끔찍했던 순간(죽음의 순간, 신에 의해 정신이 망가지던 때)을 차차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환상이 약해지며, PC의 제약이 많이 줄어듭니다.

KPC의 인격은 세가지 정도 입니다. 환상속에서 혼자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 인격, KPC와 함께 환상을 만들고 싶은 인격, 환상 밖으로 나가 KPC와 현실을 살고 싶은 인격 총 세가지 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앨리스'는 환상 속에서 깨어나 소중한 사람이 기다리는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KPC의 의식입니다. 앨리스가 죽으면 KPC는 꿈 속을 벗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노덴스는 더 이상 두 사람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PC는 과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PC는 KPC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 신이 보낸 존재이기 때문에 KPC는 스스로 쫓아낼 수 없습니다. 그저 그가 앨리스를 구하지 못하게 설득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선택지에 따라 다른 스크립트가 송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로 다른 스크립트가 나가지 않도록 키퍼링시 이 점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00. 모자를 쓴 늑대

눈이 떠집니다. KPC를 잃어버린 후, 나는 한시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깊게 잠을 자본 적도 없어요. 그런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진 공간은 심히 괴이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숲, 나무, 그리고 풀과 작은 몇송이의 꽃 뿐입니다. 늘 지옥 같은 악몽이 가득했던 삶에… 처음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느낍니다. Sanc +(1D5)

잔잔한 바람, 바람에 스치는 풀소리, 따뜻한 햇살. 꿈이라는 걸 알기에 깨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마치 동화 같은 공간. 이곳에서 지낸다면 KPC를 잃어버린 슬픔을 조금이라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이렇게 숨이 멎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당신을 꿈에서 깨우듯, 누군가 뒤에서 당신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우악스러운 손길, 큼직한 무언가가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 불쾌함에 뒤를 돌아보면 경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늑대.

그건 늑대였습니다.

[이성 판정]

성공 | 놀라긴 했지만, 꿈이라고 생각하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늑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겠어요?

실패 | 너무 놀라 순간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꿈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고, 진정했을 때 비로소 늑대의 모습이 눈에 담깁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늑대는 본래 사족보행의 동물이 아니었던가요? 이 늑대는 두 다리로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사람처럼 슬픈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제 눈이 이상한건지, 이 늑대가 이상한건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늑대가 말을 합니다.

" 네가 빨간 모자구나. 부탁이란다. 내게 너의 모자를 주렴. "

모자? 당신은 그제서야 자신이 촌스러운 빨간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이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은가요?

[교육 판정]

성공 | 그래요. 빨간 모자.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도 분명 늑대가 나왔습니다. 빨간 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는 나쁜 악역으로요. 그런데 그런 늑대가 왜 당신의 모자를 원하는 걸까요?

실패 | 떠올려봐도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분명… 빨간 모자를 쓴 소녀가 주인공인 동화였는데 말이예요.

" 빨간 모자야. 제발 부탁이야. 내게 너의 모자를 주렴.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 줄게. "

늑대는 매우 간절해보입니다. 어떡할까요?

모자를 줄 경우

늑대의 표정이 환하게 물들어갑니다. ……늑대의 감정을 알 수 있다니 스스로가 미친 것만 같습니다. 늑대는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더니 작아서 들어가지 않는 모자를 억지로 머리에 끼워넣은 후 종종 걸음으로 숲을 빠져나갑니다.

……잘한 걸까요?

그런 의문이 들 때 쯤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건드립니다. 늑대에 이어서 이번엔 누굴까요. 신경질적으로, 어쩌면 기대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을 때. ……당신은 늑대를 마주했던 그 때보다도 더 놀라고 맙니다.

KPC.

KPC가 웃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 안녕, PC. 불쌍한 늑대에게 빨간 모자를 건네줬구나!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전하고 싶었던 것들도, 묻고 싶었던 것들도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 빨간 모자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빨간 모자를 쓴 소녀는 늑대를 만나서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고 있다고 말해. 늑대는 그 말을 듣고 미리 빨간 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의 집에서 할머니인 척을 하지. 그 뒤에 빨간 모자 마저 잡아먹게 돼. "

갑자기 동화의 내용을 이야기 해주던 KPC는 이야기하는 내내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를 즐겁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자, 빨간 모자. 빨간 모자가 없는 너는 이제 스스로를 빨간 모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못된 늑대에게서 할머니를 구할 수는 있겠어?그게 아니라면. "

깜빡.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에 KPC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풀숲을 파헤쳐봐도 그의 흔적을 찾을수가 없습니다. 그가 내뱉었던 마지막 말이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돕니다.

" ……네가 늑대가 되어버린 건 아니야? "

모자를 주지 않은 경우

늑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집니다. 눈빛이 사나워지고, 매우 화가 난 것 같습니다. ……늑대의 감정을 알 수 있다니 스스로가 미친 것만 같습니다. 다행이 당신에게 해코지 할 생각은 없는지 씩씩대는 발걸음으로 숲을 빠져나갑니다.

……잘한 걸까요?

그런 의문이 들 때 쯤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건드립니다. 늑대에 이어서 이번엔 누굴까요. 신경질적으로, 어쩌면 기대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을 때. ……당신은 늑대를 마주했던 그 때보다도 더 놀라고 맙니다.

KPC.

KPC가 울적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 안녕, PC. 불쌍한 늑대에게 빨간 모자를 건네주지 않았구나.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전하고 싶었던 것들도, 묻고 싶었던 것들도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 빨간 모자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빨간 모자를 쓴 소녀는 늑대를 만나서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고 있다고 말해. 늑대는 그 말을 듣고 미리 빨간 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의 집에서 할머니인 척을 하지. 그 뒤에 빨간 모자 마저 잡아먹게 돼. "

갑자기 동화의 내용을 이야기 해주던 KPC는 이야기하는 내내 슬픈 표정을 짓습니다. 어떤 부분이 그를 슬프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자, 빨간 모자.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겠어? 너는 지금 할머니의 집에 가서 늑대에게 잡아먹혀야 해. 그게 이 동화의 운명이야. 사냥꾼이 나타나 너를 구해주기를 바라며, 그 어두운 뱃속에서 두려워하고, 아파하며, 고통스러워 하게 되겠지. "

깜빡.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에 KPC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풀숲을 파헤쳐봐도 그의 흔적을 찾을수가 없습니다. 그가 내뱉었던 마지막 말이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돕니다.

" ……나의 환상을 망치지 마. "

01. 여름 숲의 신데렐라

……

꿈에서 깨어나듯 눈이 번쩍 떠집니다. 깨어난 것 같았는데, 눈 앞의 풍경이 숲 속인걸로 보아 아직도 꿈 속인 것 같습니다. 왜 자신이 이런 꿈을 꾸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KPC가 보고 싶은 무의식이 반영되기라도 한 걸까요? 그렇다면 차라리 행복했던 그때라도 보여줄 것이지…

" PC! 무슨 생각을 하길래 멍 때리고 있어? "

퍼뜩 정신을 차리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KPC가 환하게 미소지으며 풀숲 사이에 앉아 있습니다. 그의 옆에 핀 새하얀 꽃 한송이가 바람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 롤플 구간. 꽃이 쓰러지기 전 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시간제한을 두셔도 되고, 안 두셔도 됩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와 같은 맥락으로, 대화가 끝나면 힘 없이 쓰러진 꽃만 남고 KPC는 사라집니다. KPC는 본인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 떠올려내지 못합니다. 무의식적인 거부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요. PC 또한 본인이 만든 환상이라고 여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PC가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묻는다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말해주세요. 또한 첫번째 에피소드인 모자를 쓴 늑대에서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띵, 하고 머리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KPC가 사라집니다. 그가 있었던 자리에는 힘 없이 쓰러진 꽃 한송이만 남았습니다.

01-1.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정원

[ 꽃을 주울경우 진입하는 스페셜 스토리 입니다. 줍지 않을 경우 스킵하고 진행해주세요. 꽃을 줍도록 유도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

" 괜찮아? "

깜빡. 언제 이곳에 오게 된 걸까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 시들어버린 정원 한 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앞에 걱정스런 표정을 한…… KPC가 있습니다.

" 걱정마, 콜린. 이 정원은 무척 아름다워질거야. "

……지금 KPC가 당신을 무어라 부른 건가요? 콜린? 당신의 이름은 콜린이 아닐텐데요. 그런 이상함을 말하려고 입을 열어도, 당신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과 똑같습니다. 마치… 정해진 말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만 같습니다. Sanc (1/1D2)

" 손에 들고 있는 그 꽃은 뭐야? "

KPC는 단숨에 당신의 손에 들려있던 하얀 꽃을 가져갑니다. 그래요, 방금 전 풀숲에서 KPC 대신 남아있던 그 꽃 말이에요. 하얀 꽃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알겠어. 콜린은 정원에 이 꽃을 심고 싶은거지? 그거라면 문제 없어. "

KPC는 바로 그 자리에 쭈그려 앉더니 퍽퍽한 흙을 파내 그 사이에 꽃을 심습니다. 그리고 마법처럼, 그 꽃을 주위로 똑같은 꽃들이 주변을 채워가듯 피워집니다. 그 환상적인 광경을 보며, 가슴이 벅차는 것 같습니다. Sanc +(1D5)

아. 지금이라면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아까처럼 KPC가 사라져버리기 전에, 이 꿈에서 깨어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이 그와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만 같습니다.

[ 롤플 구간. KPC는 본인을 메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비밀의 정원입니다. 동화의 내용은 모르셔도 되지만 아신다면 롤플이 수월해지겠네요. 간단히 설명 드리면, 메리는 어쩌다 콜린의 아버지가 방치했던 화원을 가꾸게 되고, 그 가운데 콜린을 만나게 됩니다. 비관적으로 자신이 곧 죽을거라고만 생각하던 콜린은 메리를 만나 활기를 되찾고, 정원을 본 순간 그 매력에 빠져들어 메리와 함께 정원에서 어울리게 됩니다. 되도록이면 정원에 관한 이야기만 해주시고, 환상에 빠져있다는 것을 강조해주시면 됩니다. 만약 PC가 자신이 콜린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한다면, 울든 화를내든 어떻게든, (그러지 마! 왜 자꾸 거짓말 하는 거야? 장난치지 마! 콜린을 돌려줘! ……등등등.) 어쩔 수 없이 콜린의 역할처럼 행동하도록 해주세요. 만약 끝까지 이를 거부한다면, KPC는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해주세요. KPC는 늑대, 신데렐라 에피소드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

언제까지 콜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이런식으로라도 KPC와 함께하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나를 나로써 봐주지 않는 상대를 마주한다는 건 꽤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슬슬 지쳐간다고 생각했나요? 마치 그 마음을 읽어버린 듯, 정신을 차리니 KPC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요? KPC를 잃어버리고 아파했던 기억을 잊어버렸나요? 고통스러웠던 날들을 지워버렸나요?

머리가 아파옵니다.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찾아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 괜찮아, 콜린. 너는 영원히, 영영, 영원히 살거야. "

그 순간 들려온 따뜻한 목소리에 눈을 감습니다. 다시… 또 한 번 더 깊은 꿈 속에 빠집니다. ……다시 잠든다면, 그 곳에서도 KPC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그저 당신 곁에서.

……영영 콜린으로 살아도 괜찮은 게 아닐까요?

02. 서쪽 마녀의 사랑

……

눈이 떠집니다. 푸른 하늘이 보이고, 시끄러운 말소리가 들립니다. 새로운 꿈 속인가요, 아니면 현실인가요.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또렷하게 들리는 음성은…… KPC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대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당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저절로 몸이 일으켜 집니다.

" 도로시, 듣고 있어? "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삐뚤삐뚤하게 생긴 허수아비가 우울한 얼굴로 말합니다. 그 옆에 있던 양철 나무꾼이 삐그덕 대며 고개를 기울였고, 걱정스러운 표정의 사자가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있습니다. 정말로 괴이한 현상이지만, 이 역시 익숙합니다.

[ 지능 판정 ]

성공 | 오즈의 마법사. 태풍에 날라간 도로시는 신비한 대륙에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 서쪽 마녀를 물리치는 모험 동화가 아니던가요. 아무래도 당신은 콜린에 이어 도로시, 그러니까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실패 | 뭐였죠? 분명 도로시라는 이름이 나오는 동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떠오르진 않습니다.

허수아비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서쪽 마녀의 마법에 가로막혀 마녀의 성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준다고 한들, 진짜 도로시가 아닌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나요?

고뇌하며 대답하지 못할 때,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익숙한 느낌이 들어 뒤돌아보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KPC가 기묘한 복장을 한 채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도, 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어요.

" 서쪽 마녀를 물리치러 가는 길이니? "

당신은 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KPC를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연신 호들갑떨며 걱정하던 허수아비가 대신 세차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괴기합니다. Sanc (1/1D2)

" 서쪽 마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선 먼저 그녀가 걸어놓은 마법을 깨야 해. 그건 내가 해줄 수 있어. "

KPC가 어떻게? 당신의 눈빛에 담긴 물음을 알아챈 듯 KPC는 허수아비의 팔에 손을 올립니다. 그 순간, 볏짚과 나무로만 이루어진 몸에 살점이 생기고, 새까맣기만 했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고…… 마치 사람 처럼 변해버린 허수아비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 하지만 나는 서쪽 마녀를 사랑하는 신비한 마법사, KPC. 내가 너희의 소원을 이루어줄테니, 서쪽 마녀를 물리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

[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할 경우, 어떻게든 설득하여 들어주도록 만들어주세요. 설득 롤을 이용하셔도 좋고, 조금 강제성을 띄워도 괜찮습니다. 모든 롤에 실패하고, 아무리 해도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는 PC라면 바로 END 1. ]

" 정말 고마워! "

KPC는 환하게 웃으며 당신을 꼬옥 껴안습니다. 그 온기에 어쩐지 마음이 놓이고, 어찌되든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Sanc +(1D5) 조금 더, 아주 조금만 더 그 품에 안겨 있고 싶었지만, 야속한 KPC는 빠르게 떨어져 나갑니다. 그리고는 품에서 작은 사탕을 꺼내더니 당신에게 건네줍니다.

" 이걸 먹으면, 네가 원하는대로 될거야. 또 보자, 도로시. "

그 말과 동시에 KPC는 또 훌쩍 사라져버립니다. 하지만 무섭거나 불안하진 않아요. 또 보자는 말 덕분일까요? KPC가 준 사탕은 척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색입니다. 그가 준 것이 위험할리도 없어요. 망설임 없이 입안에 넣고 나니 시야가 다시 뿌옇게 변합니다.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를 구해줘. "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요?

03. 잊혀진 괘종시계

톡.

토독. 톡톡.

무언가를 건드리는 소음이 음악처럼 경쾌하게 울립니다. 그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당신의 시야에 KPC가 담깁니다. 그는 맑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누워있던 당신의 몸을 일으켜줍니다.

……

그러고보니, 여긴 어딘가요? 주변을 둘러보니, 누군가의 방인 것만 같습니다. 2층으로 된 침대, 두개의 옷장, 벽에 걸려있는 사진. 사진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KPC와 PC 입니다. [KPC의 방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장소의 여부는 자유롭게 해주세요.] 그것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도 잠시, KPC가 당신의 어깨를 살짝 흔듭니다.

" 괜찮아? 어디 아픈 건 아니지? "

KPC의 걱정스런 표정이 어쩐지 흐릿합니다. 눈을 세차게 비비고 다시 보니, 그건 착각이었다는 듯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잘 보입니다. KPC는 침대 옆 탁자에 놓여있던 물컵을 당신에게 내밀며 미소짓습니다. 아까와 같은, 말을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PC. 궁금한 것들이 쌓여 있지 않았나요?

[ RP 구간. KPC는 본래의 모습이 맞습니다. 제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PC를 보며 자신이 만든 환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환상을 망칠수도 있는 PC를 내쫓고 싶어합니다. 또한 앨리스의 의식(현실로 돌아가고 싶은 의식)이 없으니,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사진에 대해 묻는다면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라고 말해주시고, 그 외의 질문은 두루뭉실하게 넘어가 주세요. KPC와 PC의 과거 추억 얘기를 한다면, 평범하게 대화하시면 됩니다. KPC는 PC와 함께 했던 과거의 기억을 모두 갖고 있지만 죽은 순간과 신에 의해 정신이 망가졌던 순간들은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순간 순간 떠오르는 기억과 고통에, 계속 꿈 속으로 도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기에 현실로 돌아가자고 하면 무조건 거부해주세요. 또한 PC를 내쫓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에게 평소보다 더 냉정합니다. 이때부터 KPC는 그 전 에피소드의 내용들을 기억합니다.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징조입니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이 마치 꿈만 같습니다. 그래요, 여긴 꿈이죠. 내가 만들었는지, KPC가 만들었는지 모를… 헤어나올 수 없는 꿈이요.

KPC는 어느샌가 당신의 손을 붙잡습니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째깍, 시계 소리와 함께 극심한 두통이 찾아옵니다. 이 방에 시계라고는 없는데,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KPC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립니다.

" 신에게 인간의 목숨이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과도 같아. 하지만 신경쓰지도 않던 그 돌멩이가 자꾸 내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면, 어쩔 수 없이 걷어차게 되는거야. 너는 계속 내 이야기를 비틀고, 나를 신의 눈 앞에다 데려다 놓고 있어. "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집니다. 당신의 손을 붙잡고 있던 KPC의 힘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귓가에 박힙니다. 아름답고도, 괴로운 목소리로……

" 나를 위한다면, 내 눈 앞에서 사라져. "

04. 언제나 없는 거리의 파랑새

……

퍼뜩 눈이 떠집니다.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 차마 표현 조차 할 수 없는 서러움, 원망, 서운함, 슬픔…… 온갖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소용돌이 칩니다. 그럼에도 생각하고 맙니다.

역시 내가 없는 것이 KPC의 행복인걸까, 라고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꿈 속을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요? KPC가 원한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그를 보지 않고 살 수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주변을 둘러보면 색채가 없는 커다란 도로가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색채가 없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네요. 그 누구도 당신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중 빗자루를 든 남자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바닥을 계속해서 쓸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성공 | 그는 매우 다급해보입니다. 온 몸에 땀이 흥건하고, 빗자루를 강하게 부여잡은 손바닥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이 보입니다. 그의 바지 뒷주머니에 살짝 삐져나온 명함에는 '시간 저축 은행' 이라고 적혀 있네요.

실패 | 그는 매우 바빠보이네요. 잠깐 정도는 멈출만도 한데, 한시도 쉬질 않습니다.

당신의 시선을 느낀걸까요.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인채로 어디론가 황급하게 도망갑니다. 그를 쫓아가볼까, 고민했지만… 그것을 고민할새도 없이 누군가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역시나 KPC입니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당신을 끌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KPC가 이렇게 힘이 쎘던가? 아마도 그의 환상 속에서 제 역할은 말없이 따라가는 역할임이 분명합니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소리를 내봐도 어떤 소리도 그에게 닿질 않으니까요.

[지능 판정]

성공 |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KPC는 말했습니다. 당신이 KPC의 이야기, 환상을 비틀고 있다고요. 하지만 정작 당신은 스스로 행동할 수 없는 순간이 더 많지 않았나요? KPC의 이야기를 비튼다 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걸까요?

실패 |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KPC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커다란 성 앞입니다. 그 앞에는 표지판이 놓여있습니다. [언제나 없는 거리의 아무데도 없는 집] 이라니, 묘한 내용이네요. 표지판에 신경 쓰고 있는 사이, KPC는 그제서야 당신을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고는 희미하게 웃습니다.

" 모모야, 나는 고작 거북이일 뿐이지만 알 수 있어. 시간은 네가 붙잡는다고 해서 붙잡히는 게 아니야. 네가 타인을 위해 허락 없이 쓰는 시간은 그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아. "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무채색의 거리가 일순, 그를 중심으로 색채를 입은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 하지만 난 달라. 난 네게 충분한 보상을 줄 수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돼. 굳이 돌아가거나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워 하지 않아도 너를 사랑하고 보듬어줄 수 있어. 그러니, 어서. "

내 손을 잡아.

[ KPC는 앨리스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PC 때문에 환상이 어느정도 깨진 상태입니다. 그 덕분에 차라리 PC와 환상속에서 함께 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부른 인격이 만들어졌습니다. END 2도 같은 맥락의 엔딩입니다. ]

손을 잡을 경우 → END 2.

손을 잡지 않을 경우

……

KPC는 절망에 쌓인 표정으로 손바닥에 얼굴을 묻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파란 깃털이 톡 떨어집니다. 머리카락에서, 어깨에서, 허리에서, 발끝에서…… 파란색의 무수한 깃털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리고 KPC는 형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깃털 사이로, 희미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 네가 정말로 파랑새를 놓아주려거든…… 부디 앨리스를 구해줘. "

05. 팅커벨과 시계 토끼

눈이 떠집니다. 언제 눈을 감았는지도 알 수 없는데, 눈이 떠졌습니다. 기묘한 현상에도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게, 이젠 깨달았으니까요. 이곳은 KPC가 만든 환상이며, 당신은 이유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왔다는 것을요.

KPC는 어째선지 몇 번이고 당신을 이 환상 속에서 내보내고 싶어했지만, 당신은 그의 바람을 무시하고 이곳까지 왔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무로 된 탁자와 커다란 벽걸이 시계, 바깥이 훤히 보이는 창문이 눈에 띕니다. 탁자위에는 작은 사탕이 있습니다. ……무언가 익숙하지 않나요?

[관찰 판정]

성공 | 이 사탕은…… 전에 KPC가 준 것과 똑같은 사탕입니다. 마치 당신이 먹어주길 바라는 것 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실패 | 떠오르진 않지만, 왠지 먹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사탕을 입 안에 넣으면, 극심한 두통과 함께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Sanc (1/1D3) 그리고 다시 눈이 떠졌을 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까 당신의 허리춤 밖에 오지 않았던 탁자는 다리도 다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해지고, 벽걸이 시계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아졌습니다. 탁자위에 당신이 올려두었던 거대한 사탕 껍질이 위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탁자와 시계가 거대해진 것이 아니라, 내가 작아졌다는 것을. 이 작은 몸으로 피해보려고 해도, 사탕 껍질은 바닥으로 살포시 떨어져 당신의 위를 덮습니다. 낑낑 거리며 빠져나오려고 노력하자, 어느 순간 껍질이 들립니다.

위를 바라보니, 거대한 토끼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토끼는 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고 있습니다. 작은 시계를 들고 있는 모습이 무언가를 연상케 합니다.

" 어서와, PC.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이상한 나라에 온 걸 환영해. "

아무래도 이번 동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듯 하네요. KPC가 말했던, 앨리스를 구해달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시계를 들고 있던 토끼는 당신을 일으켜 세워주고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합니다.

토끼는 그대로 문 옆에 있는 작은 굴로 방을 빠져나갑니다. 그를 따라 굴에 들어가려고 할 때, 누군가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그래요. 예상했던 그대로, KPC 입니다. KPC 또한 당신과 마찬가지로 작아진 모습을 하고 있네요. 그는 이내 심각한 얼굴로 내뱉습니다.

" 앨리스를 만나러 가려는거야? 가지 마. 앨리스는 이미 죽었어. "

[ RP 구간. 마지막 엔딩 분기점 중 첫번째 입니다. KPC는 환상 속에서 나가지 않기 위해 PC가 앨리스를 구하려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어떻게든 PC가 앨리스를 구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설득해주세요. 앨리스를 구하면 내가 사라진다, 라고 말해도 좋고, 온갖 거짓말을 해도 상관 없습니다. 이곳에서 구하겠다고 하든, 구하지 않겠다고 하든 엔딩에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마지막 선택만이 엔딩에 영향을 주니,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마음껏 설득해주세요. ]

앨리스를 구하겠다고 할 경우

KPC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그의 어두운 얼굴을 당신은 지금 몇 번째 마주하고 있나요? 이렇게까지 그의 말을 부정하며, 거부하며 구해야 하는 앨리스는 당신에게 KPC보다 큰 가치를 지니고 있나요?

KPC는 쓴 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그대로 당신을 안아주는 손길은, 무척이나 따뜻합니다.

" 너는 얼마나 나를 아프게 해야 만족해? "

하지만 내뱉는 말들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 계속 나를 상처 입히면서까지 이뤄야 하는 게 뭐야? 앨리스를 구하면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바보 같이…… 착각하지 마. "

어느샌가 당신을 안아주던 품도, 잡아주던 손도 떨어져 나갑니다. KPC는 그대로 당신을 밀어 바깥으로 통하는 굴로 떨어트립니다. 떨어지는 당신을 보며, KPC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 어차피 깨어나도 고통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

앨리스를 구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 진짜지? 약속한거다? "

KPC가 환한 웃음을 내비치며 말합니다. 이렇게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진작에 그의 말을 들어줄 걸 그랬나 후회가 생기네요. Sanc +(1D5)KPC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는 어딘가로 데려갑니다. 땅굴이 아닌, 바깥이 훤히 보이는 창문 앞에 선 KPC는 그의 이마에 짧게 키스합니다. 그 순간, 당신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 가자, 내가 하트여왕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줄게. 넌 그녀에게 말하면 돼. 앨리스는 반역자예요! 라고. 그러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거야. "

창문이 저절로 열리고, KPC는 먼저 바깥으로 날아갑니다. 그를 따라 창 밖으로 날아가면, 그 순간… 당신의 몸은 끝 없이 추락합니다. 추락하는 당신을 보는 KPC는 여전히 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 나와의 약속을 꼭 지켜줘, PC.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너 뿐이야. "

라고……

06. 하트여왕의 심판

" 앨리스를 처형하라! "

눈을 뜨면, 광활한 광장이 펼쳐집니다. 귀를 찌르는 듯한 함성과, 그 사이로 또렷하게 들리는 사형 선고. 광장 한 가운데의 무대 위에는 흐릿한 얼굴의 여인이 나른한 자세로 커다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보려 해도, 이상하게 또렷하질 않습니다. 그 괴이함에 의문이 들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 있던 이가 다시 한 번 내뱉습니다.

" 앨리스를 처형하라! "

……트럼프 카드. ♥8의 모양을 가진 거대한 트럼프 카드가 뾰족한 창을 들고 바닥을 내리치며 말합니다. 그 옆으로 수많은 카드 병정들이 서 있습니다. 카드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 이내 여인의 손짓에 입을 다뭅니다. 주변을 가득 메우던 함성 소리 또한 사그라듭니다.

" 하트 여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녀의 죄를 아는자는 고하라. "

그렇군요. 의자에 앉아있던 여인은 하트 여왕이었나 봅니다. 그녀의 말에 ♣4의 카드가 손을 번쩍 듭니다. 앨리스는 못된 고양이와 어울렸어요! ♠2의 카드가 이어서 손을 듭니다. 앨리스는 바쁜 시계 토끼의 시간을 빼앗았어요! 이어서◊7이 말합니다. 앨리스는 여왕님의 꽃을 꺾었어요!

그 후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죄가 거론 됩니다. 처음 말했던 죄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끊임 없이 쏟아지던 죄는 광장에 모인 모두가 이야기 하고 난 후에야, 잠잠해집니다. 그래요, PC. 당신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몰립니다. 그리고, 하트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또각, 또각. 구두의 굽 소리가 선명하게 귀에 박히고,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보이던 하트 여왕이 어느 순간 당신의 눈 앞에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았는데도, 그녀의 얼굴은 흐릿합니다. 마치 마주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까이서 보는 것 처럼……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하트 여왕은 당신의 상태에 개의치 않고 말합니다.

" PC는 고하라. 앨리스의 유죄를. "

쾅. 트럼프 카드의 병정들이 일제히 창으로 바닥을 내리칩니다.

" PC는 고하라. 앨리스의 무죄를. "

쾅. 트럼프 카드의 병정들이 일제히 창으로 바닥을 내리칩니다. 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PC, 선택하세요.

KPC를 구할 것인지, 앨리스를 구할 것인지.

앨리스는 반역자예요! 또는, 앨리스의 유죄를 고할시 END 3

앨리스의 무죄를 고할시 END 4

END 1.

당신의 완곡한 거절에 KPC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아무리, 아무리 설득해도 통하지 않는 당신의 신념에 질렸다는 듯…… KPC는 힘 없이 고개를 떨굽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KPC는 울고 있네요. 이 꿈 속에서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던 적이 없는 KPC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 ……그렇구나. 좋아. 도로시,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서쪽 마녀를 물리쳐줄게. "

그 말과 동시에, 짙은 암흑 속으로 빠져듭니다. 아무리 손을 헤짚고, 눈을 뜨려고 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래요, 아무래도 현실로 돌아갈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KPC가 정말로 당신을 위해 서쪽 마녀를 물리쳐 준 것 같습니다.

……

눈을 뜨면 언제나처럼 익숙한 천장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길고 긴 꿈을 꾼 것 같은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배게 옆에는 오즈의 마법사라고 적힌 동화책이 놓여있네요. 동화를 읽다 잠이 들었던가요? 그 순간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상한 기분을 머금은 채로 동화책을 펼칩니다. 아무런 내용도, 글자도 없는 그저 백지입니다. 넘기고, 넘기고, 넘겨서. 겨우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그 곳에서야 당신은 짧은 이야기와 거의 지워져버린 삽화를 발견합니다.

「 못된 마법사 오즈는 도로시를 이용해 서쪽마녀를 영원히 잠재웠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서쪽마녀는 사랑하는 도로시를 위해서라면 깨어나지 않는 꿈 속에 빠져 하루를 보내는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도로시? 」

어라……

이상하네요. 왜 눈물이 나는거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동화책을 적십니다. 이상합니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고작 몇줄 적힌 이야기가 그리도 슬펐던가요?

삽화로 새겨진 마녀의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미소가 아름다웠던, 온기가 따뜻했던, 무엇보다 사랑했던…… 서쪽 마녀는 누구였나요?

……당신은, 기억하나요?

Bad Ending _ 서쪽 마녀의 사랑

KPC 로스트, PC 생환.

(PC는 KPC의 관한 모든 기억을 잊어버립니다.)

END 2.

……

그의 손을 잡는 순간, 잿빛의 세상이 색채로 물들어 갑니다. 모두가 바쁘게 걷던 거리에 꽃과 나무들이 가득 피고,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이 신이 난 듯 웃고 있습니다. 그래요, KPC 또한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당신을 꼬옥 붙잡고 있네요.

KPC는 당신의 손을 놓지 않은채로 또 한 번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사람만한 마시멜로, 과자로 만든 집, 하늘을 나는 양탄자, 말하는 토끼, 그리고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마녀……

……

…………

깜빡.

눈을 뜨고 나면 KPC의 얼굴이 보입니다. 언제 잠에 들었던가요? 이곳은… 꿈 속인가요, 현실인가요? 당신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저, KPC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 뿐이에요.

" PC. 너만은 내 옆을 떠나지 마. 나를 두고…… 어디론가 떠나면 안 돼. "

KPC는 당신을 단숨에 껴안습니다. 그 따뜻한 온기가, 상냥한 속삭임이 꿈일리가 없어요. 꿈이면 또 어떤가요. 그래요.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거짓 속에서도 살 수 있어요. 영원히, 영영, 영원히 깨지 않는 꿈 속에서 당신과 함께……

Nomal Ending _ 파랑새 증후군

KPC 로스트, PC 로스트

(두 사람은 환상 속에서 영원한 삶을 삽니다.)

END 3.

당신의 말이 끝나자 트럼프 카드 병정들이 일제히 바닥을 마구 내리칩니다. ♥8의 병정이 외칩니다. 앨리스를 처형하라! 앨리스를 처형하라! 앨리스를 처형하라! 그의 목소리에 맞춰, 그곳에 있는 모두가 외칩니다.

머리가 울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하트 여왕은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무대 위로 올라섭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8의 병정이 누군가를 데려옵니다. 그래요, 그입니다. KPC. 예상하지 않았던가요?

KPC는 바닥에 풀썩 쓰러집니다. 온 몸의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마른 몸, 초췌하다 못해 망가져 버린 것 같은 얼굴,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한 공허한 눈동자…… 그럼에도 그 시야엔 PC, 당신이 있습니다.

" 하트 여왕이 명한다. 앨리스를 처형하라. "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여왕의 사형선고가 내려집니다. ♥8의 병정이 창을 높게 쳐들고 망설임 없이…… KPC를 찌릅니다. 혈흔도, 비명도 남지 않고, KPC는 그대로……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그가 사라진 것을 기뻐하는 환호성이 광장에 울립니다.

하지만, 하지만 괜찮아요. KPC는 앨리스를 구하는 것을 원치 않았잖아요.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을 몇 번이고 막았잖아요. 그렇다면, 이것이 KPC가 원하는 결말인 게 분명합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이 두통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나처럼 KPC가 붙잡아 줄 겁니다. 이렇게, 이렇게 이야기가 끝날리가 없어요. 그렇죠…… KPC?

……

눈을 뜨면 언제나처럼 익숙한 천장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아주 길고 긴 꿈에서 깨어났는데, KPC를 멋지게 구해내는…… 정말로 행복한 꿈을 꾼 게 분명한데, 이 공허감과 허무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래요, 나는 KPC를 구했습니다.

이 지독한 현실 속에서, 당신을 구해냈어요.

Nomal Ending 2 _ 이상한 나라의 KPC

KPC 로스트, PC 생환

(KPC는 꿈 속 세계에 갇힌채로 나오지 못합니다.)

END 4.

당신의 말이 끝나자 트럼프 카드 병정들이 일제히 창으로 바닥을 내리칩니다.

" PC는 고하라. 앨리스의 무죄를. "

쾅. 트럼프 카드 병정들이 일제히 창으로 바닥을 내리칩니다.

" PC는 고하라. 앨리스의 기쁨을. "

쾅. 트럼프 카드 병정들이 일제히 창으로 바닥를 내리칩니다.

" PC는 고하라. 앨리스의 슬픔을. "

쾅. 트럼프 카드 병정들이 일제히 창으로 바닥을 내리칩니다.

" PC는 고하라. ………앨리스의, 이름을. "

……

번쩍. 눈을 뜨면 어느샌가 당신은 광장의 무대 중앙입니다. 저 멀리서 ♣8의 병정이 누군가를 데려옵니다. 그래요, KPC.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당신의 소중한 사람. 당신의 앨리스.

KPC는 당신을 보는 순간 눈물을 터트립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곳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KPC의 애틋한 시선이, 흘러내리는 눈물이, 차마 내뱉지 못하는 목소리가…… 그의 진심이라는 것을요.

카드가 가득했던 광장은 어느 순간 부터 당신과 KPC, 둘 뿐입니다. 달려가서 껴안고, 입을 맞추고, 사랑한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말해야 할 것이 있지 않나요? 당신이 없는 꿈 속에서 아주 오랜시간을… 당신보다 더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아파했을 KPC를 위해, 자, 어서.

Happy Ending _ 앨리스의 이름을.

KPC 생환, PC 생환

시나리오 후기

길고 긴 시나리오가 끝났습니다……. 앤캐 헌정 시날로 처음 시작한거라, 내용이 이랬다 저랬다 줏대가 없네요. 여러번 보고 수정 했는데도 이상한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가 이상한지 모르겠어요… 이상한 점을 발견하신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면 감사합니다.

자캐가 환상을 보여주는 캐릭터라 그걸 배경으로 하자! 가 동화랑 만나 이렇게 이상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비밀의 정원은 저도 대충 내용만 훑은거라 저 내용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시나리오의 허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주세요. ❛ε ❛♪

후기를 다들 쓰시길래 저도 써본건데 마땅히 할 말은 없네요… 원래는 힐링으로 만들려던 시날이 제 손을 타서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만약 다음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고 해도… 그 때도 피폐해질 것 같네요. 도전해보고 싶은 주제는 여러가지 있으니, 곰곰히 생각을 해볼까 합니다. 첫 시날보다 퀄리티가 나쁠 순 없으니…

테스트 플레이로 앤캐와 함께 한 결과 이게 무슨 힐링이냐는 말을 듣고 힐링이라는 글자를 없앴습니다. 저는 진짜 힐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동화 속 여행이 힐링이 아니면 뭐죠? (ㅎㅁㅎ!)

지나친 악담이 아니라면,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난 후의 후기나 건의사항, 불만사항은 겸허히 읽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간단한 질문사항은 DM을 이용해주시고, 개변한 시나리오와 플레이 로그는 언제든지 제게 공유해주세요. 여러분들의 행복했던 플레이를 보고 함께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시나리오 후기 폼 http://naver.me/GOxXzX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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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시나리오] 오즈와 앨리스: Hwazy'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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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Rob Wiso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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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Rob Wiso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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